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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의 아이 감상 후기·리뷰 (feat.임신·이가라시 다이스케·요네즈 켄시 OST)

해수의 아이 감상 후기·리뷰 (feat.임신·이가라시 다이스케·요네즈 켄시 OST)

저는 해수의 아이 영화를 처음 접한 날, 러닝타임 내내 말을 잃었습니다.

해수의 아이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보면 반드시 벽에 부딪히는 작품입니다.

그 벽 앞에서 무릎을 꿇느냐, 아니면 그냥 온몸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감상이 완전히 달라지죠.

이 글에서는 저의 감상과 함께 영화를 둘러싼 여러 해석들, 그리고 만화 원작과 OST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해수의 아이 만화 원작

해수의 아이 원작 만화

사진 출처 (yes24)

해수의 아이(海獣の子供)는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월간 IKKI에 연재한 만화입니다.

단행본은 총 5권으로 완결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출판사 애니북스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권을 번역 출간했습니다.

이 작품은 제38회 일본 만화가 협회상 우수상과 제13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원작의 제목에서 ‘해수(海獣)’는 바닷물(海水)이 아니라 바다 동물(海獸)을 뜻합니다.

이 사실 하나가 작품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원작 만화가 갖는 강점 

저는 원작 만화를 나중에 읽었는데, 영화에서 정신없이 흘러가던 장면들이 만화에서 훨씬 풍부하게 설명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가라시 다이스케는 바다와 우주, 그리고 인간의 근원이라는 주제를 이미 리틀 포레스트에서도 자연과 생명으로 풀어낸 작가입니다.

해수의 아이에서 그는 한층 더 나아가, 인간이란 과연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거대한 화폭 위에 던집니다.

만화 특유의 느린 호흡과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수려한 필치는, 영화 영상이 미처 담지 못한 감각들을 보완해 줍니다.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다면 이야기의 결이 훨씬 선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해수의 아이 해석

해수의 아이 해석

사진 출처 (socallnal77)

해수의 아이는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갈리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우주 수태의 신화’를 소녀 루카의 시점으로 목격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읽었습니다.

우미와 소라는 인간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존재이며, 루카는 그 초월적 사건의 관측자입니다.

익스트림무비의 한 리뷰는 이 작품의 구조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해수의 아이는 수태의 이야기입니다. 별의 씨앗은 정자처럼 우주의 자궁인 지구에 떨어집니다.”

이 해석에 따르면, 루카의 아랫배에서 운석이 깨어나는 장면은 임신이 아니라 우주의 탄생 과정을 인간의 몸으로 비유한 것입니다.

영화는 설명을 대사 대신 화면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처음 보는 관객이 서사를 놓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감독 와타나베 아유무는 의도적으로 루카의 주관적 시점에 집중하며 신비감을 극대화했죠.  

그 결과 이야기보다 감각이 앞서는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해수의 아이 임신의 의미 

해수의 아이 임신

사진 출처 (socallnal77)

해수의 아이를 둘러싼 논란 중 가장 널리 퍼진 오해는 바로 ‘루카의 임신’ 해석입니다.

영화 후반부, 소라가 루카에게 운석을 키스를 통해 전달하고, 루카의 배가 부풀어 오르는 듯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을 처음 본 많은 관객이 중학생 루카가 임신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이며 강한 거부감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의 의미는 생물학적 임신이 아닙니다.

해당 장면은 우주의 탄생, 즉 새로운 별이 생겨나는 과정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인 잉태의 이미지로 표현한 것입니다.

루카는 우주적 탄생 의식의 보조자이자 증인이며, 영화는 그 장대한 사건을 루카의 몸을 통해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생명이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영화만의 방식으로 답하는 순간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영화 자체가 충분한 설명 없이 이 장면을 던지기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해수의 아이 앙글라드의 대사  

해수의 아이 앙글라드

사진 출처 (todream629)

앙글라드는 해수의 아이에서 성우 모리사키 윈이 연기한 해양학자 짐의 조수입니다.

긴 머리카락과 느린 말투, 항상 여유로운 태도를 지닌 그는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은 설명을 담당하는 인물입니다.

앙글라드의 대사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이 부분입니다.

“생물은 전부 같은 원료로 만들어졌고 그건 우주에서 왔어. 이 세상 모든 게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 

우주와 인간은 닮았어. 모든 게 하나의 일부분이라고 치면, 닮았다기보단 똑같은 거지.”

이 대사는 영화 전체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합니다.

해수의 아이 OST와 海の幽霊

해수의 아이 OST 요네즈 켄시

사진 출처 (natalie)

해수의 아이 OST는 영화 자체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요소입니다.

주제가 ‘海の幽霊(바다의 유령)’은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켄시가 작사·작곡하고 직접 노래한 곡입니다.

요네즈 켄시는 10대 시절부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원작 만화를 즐겨 읽었다고 하죠.  

영화화 소식을 듣자마자 제작진에게 직접 연락해 주제가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5년 요네즈 켄시가 ‘루브르 No.9’ 전시회의 주제가를 담당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海の幽霊’은 고래 울음소리를 베이스로 깔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콰이어 기법의 보컬을 결합한 아트 팝 계열의 곡입니다.

2019년 5월 28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당일 오후에만 150만 조회수를 돌파했죠. 

요네즈 켄시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싱글 한정으로 발매된 곡이기도 합니다.

가사에 담긴 아름다운 메시지 

해수의 아이 결말

사진 출처 (bobo_14)

가사는 원작 속 “빈방에 의자를 두면 선조들의 영혼이 잠시 들렀다 간다”는 점에서 영감을 받아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을 노래합니다.

요네즈 켄시는 곡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절친한 친구를 잃었다고 합니다. 

완성된 가사를 보며 “내가 죽은 친구를 위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이 곡이 영화와 별개로 독립적인 예술 작품으로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봅니다.

영상미와 가사, 편곡이 한데 어우러지는 뮤직비디오는 영화를 보기 전과 후에 각각 다른 감동을 줍니다.

재킷 일러스트는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직접 맡았으며, 요네즈 켄시의 커리어에서 본인이 직접 그리지 않은 최초의 재킷이기도 합니다.

글을 마치며

영상 출처 (MyCultureFamily)

해수의 아이는 결코 쉬운 영화가 아닙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려 하면 길을 잃고, 그냥 느끼려 하면 무언가 붙잡힌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볼수록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층위들이 하나둘 열린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원작이 궁금하다면 만화책으로 먼저 세계관을 익히는 것을 권합니다. 

해수의 아이는 분명 모두에게 맞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번쯤 바다 앞에 혼자 서서 “나는 어디서 왔는가”를 떠올린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가 당신의 어딘가를 건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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